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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산천어축제(생명을 죽이는 축제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by 扁宜雪裏不爭春 2019. 1. 5.




지금부터 약 35년 전 정도 됐을까?

나이 20대 중반에, 당시만 해도 너무 비싼 가격에 일반인들은 구입할 생각조차 못했던 총기를 가지고 있었다,

공기총은 일반 사무 직장인들의 한 달 봉급 정도였고, 가스총은 이보다 한참 비싸서,

거의 두 달 봉급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었다,  

엽총처럼 살상력이 큰 총은 아니지만, 반자동 5연발 가스총이 그 당시에 인기를 끌고 있던 중인데,

처음에는 공기총을 구입했지만, 차츰 욕심이 생겨서 공기총을 두고서 다시 가스총을 구입했던 것인데,

공기총탄보다 훨씬 크고 끝이 뾰족한 가스총 단발은 그 위력이 상당했다,

꿩은 물론이고, 개 정도 크기의 짐승 두개골 정도는 파고들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철이 없고 어이가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게 참으로 멋진 행동인 줄

착각하고 있다 보니, 겨울철만 되면 총을 들고서 산이나 들판을 내달리며 꿩이나 토끼 잡겠다고 나대고 다녔다,

혼자서만 다닌것이 아니라, 먼저 구입했으나 가스총을 구입하는 바람에 사용하지 않고 쳐박아 두었던 공기총을

친구놈 불러서 같이 들고 온 산과 들판을 쏘다녔으니, 뒤돌아보면 참으로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을 터였다,

그러나, 이런 망나니 짓꺼리를 하루 아침에 그만둔 사건이 있었는데,.....

어느 일요일 아침, 잠자던 방 옆의 밭에서 시끄럽게 짖어대는 까치소리에 잠을 깬 나는,

늦잠을 방해하는 까치들을 향해서 열받은 마음에 생각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오래도록 총기를 가지고 있다 보니 이미 사격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라,

단발에 까치 한 마리를 잡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총을 맞은 까치가 비틀거리다 쓰러지자, 주위에서 먹이를 찾고 있던 까지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죽은 동료를 둘러싸고 짖어대는 까치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위협사격을 몇번인가 해 보았으나,

평소에는 바스락 소리만 들려도 도망가던 까치들이,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고 죽은 동료 옆에서

한참을 울어대면서 인간들 못지않는 동료애를 보이더라는 것인데,...

나는 이 사건에 충격을 받아서 이후로  아예 총을 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없이 조준했던 까치라는 미물도 이렇듯 동료애를 보이는데, 소위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이런 애틋한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생명을 죽이는 행동을 한다 는 것 자체가  

너무 잔인한 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따라서 이전에는 키우던 닭도 잘 잡았지만,

이 후로 이제껏 잡아 본 생닭은  단 한마리에 불과하다,

년 전에 약 40마리의 닭을 키우던 때가 있었는데, 닭값보다 사료값이 더 나가는 상황에서도,

차마 닭들을 죽이지 못해서, 이상이 생겨 죽기 직전의 어쩔 수 없다고 판단된 닭은 3마리 정도 잡아보았으나,

2년을 키우면서도 친한 지인에게 보낼 닭한마리 잡은 것이 전부였으니, 결국 병아리 구입가 5000원에,

약 2년 키워서 팔아먹을 때에도 5000원에 판매하고 말았다,

물론, 살아있는 생명들에 대한 경이로움은, 비단 까치를 죽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 무릎위에서 들었던 사냥꾼들에 대한 이야기도 크게 영향을 끼쳤는데,

사냥이 직업인 사람들이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은, 그 죄가 당대에 미치지 않으면 자식대로 넘어가고,

더 후에는 그 손자대까지 간다 는 말씀을 하시면서, 생명을 하찮게 죽이는 사람들을 경계하셨는데,

젊은시절 잠깐동안 이나마 그 말씀을 잊어버리고 있다가, 죽은 까치가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될 수 있으면 육류를 멀리하기는 하지만, 앞에 있으면 사양하는 사람도 아니며,

어류나 패류를 더 선호하기는 하더라도, 결코 남에게 내색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살아간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와 내 가족이 먹는 육류외에,

일순간의 유희를 위해서 생명을 해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다만,

농사 짓는데 방해가 되는 해충이나, 생산한 농작물을 갉아대는 쥐새끼 외에,...


일 마치고 온라인에 들어와 보니,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 기사가 보인다,

세계 4대 축제니 뭐니 하며, 신이나서 떠들어 대고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날마다 경기가 바닥이라고 짖어대더만, 오늘의 이율배반적인 기사에 비웃음이 나오고

인간이라는 동물 외에 다른 동물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 먹지도 않으면서 희열을 느끼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는 잔혹한 동물들과, 나도 저들과 같은 류의 잔인한 동족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소름이 끼친다, 

인간과 다른 생명들의 가치를 저울에 달아 우열을 가리려고 하지 말고,

잠깐의 유희를 위해서 힘없는 다른 생명들을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지 마라,

그 죄가가 3대까지 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