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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비둘기 부부의 만행

by 扁宜雪裏不爭春 2021. 9. 26.

 

 

세상 모든 새들 중에 비둘기처럼 집(둥지)을 못 짓는 종류도 드물 거다,

 

다른 새들 거의 대부분은 위 사진 오른쪽처럼 이쁘고 앙증맞게 보금자리를 만드는데 반해서, 비둘기집은,

 

새집이라기보다는, 무심코 보면 낙엽이 떨어지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것처럼 엉성한 모양을 하고 있다,

 

지난 봄 철에는 나 자신도, 비둘기 집 인지 미처 알아보지도 못하고 낙엽 걷어내다가 알을 깨뜨려버린 경우도 있는데,

 

인간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까 진화되어서, 사람이 언뜻 보면 쉽게 알아보지 못하게 짓는 것인지, 아니면,

 

태생적으로 집 짓는 솜씨가 다른 새들보다 한참 떨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올 봄에 지은 여러 종류 새들의 집과, 바로 옆 가지 위에 지어놓은 멧비둘기 집을,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기에 쉽게 설명하면,

 

다른 새들은 자신이 지은 둥지에 앉아있으면 머리와 꼬리쪽만 겨우 보이는데 반해서,

 

비들기가 집에 앉아있으면, 둥지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고 엉성하고 초라해서,

 

새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단연 군계일학(?)으로 부실시공을 하는데, 밑에서 쳐다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알들이 보이는 상태라서, 저러다가 기껏 낳아놓은 알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위태하기에,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할 정도다, 그렇지만, 신기한 면도 있다,

 

다른 새들은 집 짓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데 비례해서, 알을 품고 있는 기간도 거의 한 달 남짓인데,

 

비둘기가 집을 짓는 기간은 겨우 3~4일 정도에, 알을 품고 있는 기간도

 

신경 쓰고 헤아려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대충 15일 정도(?)로 매우 짧다,

 

이렇듯 빨리 부화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단 알을 품었다 하면 둥지를 벗어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하는데,

 

그러다 보니, 알이 빨리 부화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또 하나 신기한 점은, 다른 새들은 봄 한 철에만 새끼를 번식시키는데 반해서,

 

우리 농장에서만 그런지는 몰라도, 요 놈들은 가을철에도 부화시킨다는 점이다,

 

위 사진 속의 멧비둘기는 어제 찍었는데, 지난 봄철에도 분명 엉성한 집을 짓고 산란한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봄철에 산란했던 놈과 같은 개체로 보이는데, 다른 종류의 새들은 알을 부화시킨 뒤에는 미련 없이 떠났지만,

 

이 비둘기 부부만큼은, 지난가을철에 대전 농장에서 캐다가 가식해 놓은 오죽 밭에서 거의 날마다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간과 가까운 놈들이라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낮은 높이에 엉성하게 집을 짓고 알을 품고 있으면서,

 

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는 배짱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비가 오는 날이나 추운날에는 어김없이 비닐하우스 안쪽으로 들어와서, 주차해 놓은 차 미러에 앉아있다가,

 

앞 유리나 문짝에 똥을 싸지르고 가는것도 부족해서,

 

며칠 전, 올해 판매하려다 미처 팔지 못하고 가식해 놓은 오죽을 캐서, 본 밭에 정식하려고 들렸더니,

 

저렇듯 버젓하게 알을 품고 태연자약하게 앉아있는 비둘기를 보면서, 차마 작업을 하지 못하고,

 

저 놈이 하루라도 빨리 떠나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자니 답답해서 적어본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