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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산소(무덤)를 꼭 만들어야 하는가?(미귀삼척토 난보백년신, 이귀삼척토 난보백년분)

by 扁宜雪裏不爭春 2017. 10. 2.

 

 

 

 

 

 

우리집은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바뀌었습니다,,

나이 60이 내년인 큰 아들은 29살에 컴퓨터를 접하고 이제껏 30년이 넘어가는데,

14살이나 적은 막내는, 컴퓨터의 컴 자도 모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생각하는 것도, 너무나 상반되는데요,

오히려 이제 40줄 중반에 들어선 막내의 수구꼴통질은, 이 나라 쥐새끼 부류들 뺨을 칩니다,

너무나 상반된 형제이기는 하지만 부모의 영향을 받은 때문인 지, 돈 문제에서 큰 소리 친 일이 없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고로, 서로 언쟁을 벌리는 일은 한번도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명절 제사 문제와 산소유지 문제에서는 너무나 생각이 달라서,

저 혼자서, 동생들을 비릇 저와 나이가 비슷한 조카들을 상대로 언쟁을 벌리다 보면,

가끔은 숫적으로 밀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ㅎㅎㅎㅎ,

아버지가 집안의 막동이 인 관계로, 그리고, 6,25 동란으로 결혼을 늦어진 관계로,

큰 형님들이 낳은 자식들이, 저 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몇몇이 있을 정도라서,

나이로 밀어 붙이기도 어렵기에, 제가 참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며칠 전 또 한번 언쟁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 아버지와 큰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여러곳에 흩어져 있는 산소들을 모두 문중 산에 모셨는데,

당시에 너무 급하게 추진 된 지라, 자금부족으로 하지 못했던 비석과 상석을 올해는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봉분들 전체에 비석과 상석이 없는 것도 아닌, 근래에 들어선 봉분들에는 모두 있는데,

수 십, 수 백년 전에 돌아가신, 지금은 직계자손이 누구인 지 조차도 모르는 분들의 상석까지,

이번에는 만들자고 하는데야,,,,, 물론, 저는 극렬 반대했습니다,  

아무리 돈이 남아 돌아 쓸 일이 없어도 그렇지,  

이미 이장해 올 때부터 뼈 조차도 보이지 않아서, 신체부위를 3등분해서 흙만 가져왔고, 

직계자손도 없어, 족보에만 겨우 함자가 올려있는 분들의 비석과 상석까지,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는 것이지요, 그리고,

돌아가신 조상님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넘치고, 그 분들을 기리는 마음에서가 아닌,

단순히, 산소들을 꾸며 남에게 보여주기식의, 쉽게 말하면 조경을 하자는 것이어서 인데요,  

진짜로 웃기는 것은 또 있습니다, 재 작년 추석에 막내와 조카들 모두 산소 방문할 때의 상황으로,

제가 조카들에게, 비석들에 써 있는 한문 글귀를 읽어보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나이 많은 조카들이 아닌, 

10~20대의, 어린 조카나 나이 많은 조카 자식들에게  물었더니, 아무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여, 나이든 조카들, 즉, 지금 비석과 상석 세우자고 보채는 4~60대 조카들에게 물었는데,

저는,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렇듯 애틋하게도 조상님들을 모신다는 사람들 어느 누구도,

비석에 쓴 한문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이 아무도 없더라, 는 것이지요, 진짜 웃기지 않습니까?

조상님들을 저렇듯 애틋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석에 써 있는 조상님들의 공적과 역사를 못읽다니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노려보았더니, 어색한 상황을 깨려고 동생이 한마디 거듭니다,

집안에서 한문 읽고 붓글씨 쓰는 사람은 형님 한 사람이면 되었지, 굳이 많을 필요는 없답니다,

자신들도 읽지못한 한문으로  글을 세겨서, 무덤앞에 세워두려는 저의가 무엇인 지,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 아닌가요? ㅎㅎㅎㅎ,

 

 

 

가끔 난초 관련 글을 올릴 때면, 20대 중 후반부터 자생란에 빠진 나머지,

온 나라 난초가 자란다는 산은 가 보지 않은 곳이 거의없다, 는 말을 하는데요, 짜입니다,

어떨때는 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난초에만 집중하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밤을 세운 적도 있었고,

무인도에 들어갔다가 나올 무렵에, 풍랑이 거칠어 데리려 오는 배가 끊어져 버릴 때는,

무인도에서 날 밤을 세운일도 허다했는데요,

그 때마다 제가 의지하면서 밤을 세운 곳은, 비석도 없어서 임자가 누구인 지도 모르는 무덤옆이었습니다,

골수 유물론자인 사람이기에, 귀신 자체를 아예 부정해 버린지라,

봉분이 불록하게 올라가는 곳에 등을 기대고 잠자기가 좋고,

평평하게 닦아진 무덤 주위나 상석에서는, 버너놓고 밥하기 좋아서 였는데요,

그렇듯 봉분이 유지되는 무덤의 주인은 그나마 행복한 사람 일 것입니다,

자손들이 찾지않은 많은 무덤들이 황폐해지고,

수많은 무덤들에서 들짐승들이 파 헤쳐서 속 안이 휑하게 비어있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는,

들짐승들의 보금자리로 변한 무덤들도 허다했는데요, 이런 무덤들은,

후손이 끊어진 경우나,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타국으로 이민을 갔거나 하는 경우에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때마다 생각나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未歸三尺土 難保百年身, (미귀삼척토  난보백년신)

已歸三尺土 難保百年墳, (이귀삼척토  난보백년분)

 

 

석 자되는 무덤속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백 년간 몸을 보전하기 어렵고,

 

 

 

 

 

이미 석자의 흙구덩이 속으로 돌아간 다음에는, 백년간 무덤 보존하기 힘들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글귀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돈에 악귀라도 걸린듯 껄떡거리지는 않을 것인데,

 

살아있을 적에는 무슨 영화를 얼마나 누렸는지는 모르지만, 처참하게 허물어진 무덤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사 허무함이 세삼스럽게 밀려왔습니다,

 

 

추석이 며칠 남지않은 오늘,  부끄러운 집안의 일을 들추면서 까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는 뭔가 깨우칠 때도 됐으련만, 지금도 무덤만들기를 좋아하고,

 

 

우리집안 사람들처럼, 쓸데없는 상석이나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은 딱해 보여서 인데요,

 

 

유교사상이 골수에 박혔던 옛날에도, 죽은 무덤 백년 보전이 힘들다고 했는데,

 

 

하루아침에 바뀌는 시대적인 상황과 돈이 모든것을 지배하는 현재,

 

 

 

 

 

 

무엇을 바라고 또 믿으면서, 돌보지도 못 할 무덤을 만들고 납골당을 설치코자 하는지? 

 

 

제 아무리 광대한 땅과 많은 재물을 가졌다 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고,

 

 

 

 

 

 

내 자손이 만천하에 가득하더라도,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것을,

 

 

이미 죽어서 아무것도 필요치 않는 조상을 위해서, 수 십, 수 백년 살아있는 생명들을 베어내고,

 

 

 

 

길게 돌보지도 못할 무덤, 상석과 비석 세우고 잘 만들어서 무슨 영화를 보겠다는 것인지?

 

 

 

 

유물론이 골수에 박힌 저는 60이 다 된 지금도 의문점입니다, 글 마지막에 붙인다면,

 

 

 

 

,

당신의 자손들에게 두고두고 수고를 끼치지 않고, 그리고, 가정불화나 일으키고 욕 먹지 않으려면,

 

 

죽으면 화장해서 흐르는 강물에 뿌려버리라고 생전에 꼭 유언하십시오,

 

 

제 솔직한 심정이라면, 이미 모아놓은 조상님네들 산소 모두,

 

 

 

 

 

내 죽기전에, 굴삭기로 모두 밀어버리고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