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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5일 장날 풍경이 바뀌고 있다,

by 扁宜雪裏不爭春 2017. 9. 24.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재래시장을 한번씩 거르고  10일 정도에 한번씩 장날에 가는 이유는,

지난 고양이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료먹다 싫증 난 고양이들이 앵앵거릴때 주려고,

생선대가리 얻으러 가는 것 인데, 딱히,  그것만이 목적은 아닙니다,

봄철이면 묘목이나 모종만들 종자 구하기도 하고,

여름철은 너무 더워서 될 수 있으면 움직이지 않기에, 고양이 먹을 것 구하는 외에는 가지 않지만,

요즘같은 가을철은, 풍성한 농산물 구경 겸해서 싼 가격으로 구하기도 합니다,

겨울철 5일 장날의 특징이라면 단연 수산물들이 풍성한데요, 냉동기를 가동할 수 없는 난전의 특성 상,

낮은 기온 덕분에 상하기 쉬운 생선들을 판매하기에 좋은 계절이라서 그럴것입니다,



거주하는 곳이 신탄진과 유성 가운데 동네라서, 5일 장 두 곳을 모두 다 섭렵(???)하고 있는데요,

규모면에서는, 신탄진 장 보다 유성 5일 장이 단연 크지요,

면적이 넓어서, 근동에서 난전을 벌리는 분들이 거의 모이기도 하거니와, 심지어는,

인근의 공주나 논산, 옥천 세종시 청주시 등에 주소를 둔 노인네들이,

밤 한 되, 채소 몇 단 가지고도 모두 모이는, 근동에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대단위 5일 장이기에,

언젠가 종자 구입차 옥천과 영동 5일 장에도 가 보았지만,

유성 장 보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렇듯 마트는 조금 멀리하면서 오래도록 5일 장을 자주 찾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데요, 

가장 큰 변화라면, 난전을 벌리고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 젊은 애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입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난전에서 젊은 애들 본다는 자체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요즘에는 상황이 많이 변한 것으로 보이는데,

걔 중에는, 고등학교 다니는 중에 엄마 따라 나온 앳된 어린애가, 지금은 30이 다  된 청년으로 성장해서,

굵직한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삼스럽게도,

흐르는 물처럼 빠른 세월에, 허무함을 넘어 서글픔 마저 느낄때도 있지요,ㅎㅎㅎㅎ,



사실 이런 현상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라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부모가 하는 일에 자식이 돕기 위해서라던가 아니면,  아예, 부모의 직업을 자식이 물려받아서,

대를 이어서 난전을 벌리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고 보는데, 

유교사상이 뿌리깊이 박힌 우리 사회는, 화이트칼라 직만 선호한 나머지 불루칼라 직업을 천시했고,

그 결과로, 너도 나도 고학력으로 치닫다가 오늘날 청년실업이라는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형적인 사회가 되고 말았는데요, 사람 사는 곳에서는,

책상앞에서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 보거나, 펜대만 굴려도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누군가는 쓰레기나 오물도 치워야 하고, 누군가는 소도 키우고 농사도 지어야 하는데,

너도 나도 고학력 사회에서는, 쓰레기 치우는 일은 부끄러운 직업이 되고,

농사짓는 일은 소득도 없으면서 힘든 일이 되어, 모두들 기피하는 직업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높은 곳의 물은 흘러 낮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평평해지고,

높은 산은 풍화작용으로 깍이고 뭉개져서 언젠가는 평지가 되듯이,

우리네 인생살이도 별반 다름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해 가을철 계분구입하려 방문했던 양계장에서,  양계장하는 부모가 냄새나고 부끄럽다고,

퇴비자루 힘들게 운반하는 부모를 보면서도 먼 산만 보고 있던 자식이, 

험난한 사회생활을  몇차례 경험한 이 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양계업에 뛰어들더라는 부모의 이야기처럼,

치열한 고학력 경쟁에 밀린 젊은 사람들이, 이제야 정신들을 차린 것인 지,

난전의 맨바닥도 마다않는, 삶의 최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지요,

이는, 높은 곳의 물은 아래로 흐르며 자연스럽게 평평해 지는 이치처럼,

이제껏 비정상이었던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정상을 찾아가는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난전바닥에 나온 젊은 사람들 모두,

처음의 결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한 달 정도 보이다가 영영 보이지 않은 사람도 있고, 한 철 정도 보이다가 그만 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나가는 숫자보다 유입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만큼은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지난 5일 장에도 새로 유입된 젊은 사람이 보이기에, 기특한 마음에 뒤에서 사진을 찍어 왔는데요,

처음 나온 모양으로, 하루종일 서 있기가 힘들었던지 허벅지를 주무르더니 이내 의자에 앉아서,

짐작으로, 엄마와 누나가 장사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데요, (아래 사진 노란색 가운데 빨간 앞치마)

겉모습이 20살 조금 넘은 것 같던데, 하는 짓이 귀여워서 필요없는 물건이나마 조금 구입했습니다,ㅎㅎㅎㅎ 


늦은감은 있지만, 이렇듯 우리사회가 점점 본래의 위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제껏, 이 사회가 왜곡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한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베이비붐시대에 태어 난 우리들 5~60대 세대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는데요,

못먹고 못배운 한풀이로 모두 자식들에게 올인 한 결과, 부모와 자식세대 모두 폭망하는 결과를 만들어,

교육투자에 들어간 원금 회수는 이미 물건너 간 상황이 되어, 우리 세대들의 노후 보장 마져 어렵게 되었고,

자식세대들은 학력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그들 나름대로 절벽끝에 서 있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는데,

당연한 부작용으로 인구까지 줄어들면서,  노후에 먹고 사는 것은 고사하고,

우리 세대들이 죽은 다음, 화장해 줄 사람들 마져 부족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풀이는 확실하게 했을지라도, 그러나,....결과는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ㅎㅎㅎ,


추가,

제가 올린 사진들은 커다란 사진을 축소해서 올렸기에,

잘 보이지 않으면 확대해서 보셔도 잘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