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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감 수확을 마치고,.......

by 扁宜雪裏不爭春 2017. 11. 4.





盤中 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柚子 아니라도, 품엄 즉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기리 업슬서, 글로 설워하노라.

 

 孤山(고산 윤선도), 松江(송강 정철)과 더불어 조선조 3대歌客(3대 가객)인,

蘆溪(노계) 박인로선생이 쓴, 유명한 시가입니다,

지금도 초등생들 국어책에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적 학교에서 배웠던 글인데,

효를 주제로 한 많은 시가 중에서 단연 돋보인지라, 수 십년 지난 지금에도 똑똑히 기억합니다,

노계가 41세 나던 해, 영천에 도제찰사로 부임해 있던 한음 이덕형을 찾아갔을 때

평소 깊은 교분을 나누었던 한음이, 빨갛게 익은 감을 내 놓았는데,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어버이에 대한 정을,

소반 위의 조홍 감을 빌어 잔잔하게 표현한 글이지요,

소반위에 올려놓은 붉은 감이, 고와도 보이는구나,

향기좋은 유자 아니라도, 품속에 간직할 수 있겠지만,

품에 넣어 간 들 반겨주실 부모님이 않계시니, 그것이 서럽구나,, 

능력없는 제가 해석해 보면, 대충 이런 뜻 같은데,

오늘 농장 주위에 심어져 있는 대봉 감나무에서 수확한 감을 보면서,

또 다시 생각나기에 적어보았습니다,ㅎㅎㅎ,

 


가을철은 해년마다 돌아와도, 그 얼굴은 전부 다르게 다가옵니다,

감나무에 잎이 새파란 상태로 다가오는 가을철도 있는가 하면,

잎들이 전부 말라 진 다음, 앙상한 가지에 빨갛게 익은 감들만  달린 상태로 오는 가을도 있습니다,

올해같은 경우에는 전자의 상태로 다가왔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온 추위로, 잎들이 전부 말라져 떨어지고 있는 상태인지라,

토란 캐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수확했습니다,

더 놔두었다가, 나무에서 홍시가 되기 직전 상태로 늦게 수확하면 좋은데,

바로 위 사진에서 보는대로, 요놈의 까치들이 가만히 놔두질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홍시의 조짐이 보이면 닥치는 대로 파 먹어대는 바람에,

상해서 떨어진 감으로 바닥이 빨갛게 물든 상태지요, 특히나 올해 같은 경우에는,

꼴같지 않은 토란대 껍질 벗겨서 말리느라고,  미쳐 신경을 쓰지 못했더니,

다른 해 보다도 유난스럽습니다,


지난 어느 글에서도 잠깐 적었던 대로, 올해는 수수도 약간 심어 수확을 보았습니다,

어떤 작목을 선택해서 농사를 짓더라도, 왠만큼 땅파서는 먹고 살 만한 작물이 없기에,

이 수수도 수익을 보려고 심은 것이 아닙니다,

옛날 옛적,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 나섰던 5일 장날,

이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서, 아무리 기억해 보려해도 도무지 나이가 생각나지 않은 것을 보니,

국민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시절인 것 만큼은 분명한데, 

그 날, 어머니가 사서 손에 쥐어주신 수수팥떡이 왜 그리도 맛이 있었던지?

아무리 봐도, 이제는 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어머니를 보면서,

옛날 어렵던 시절, 자신의 입에는 차마 못넣고 자식의 입에만 넣어주시던 수수팥떡을,

마지막 가시기 전에,  푸짐하게 만들어서 같이 마주앉아서 먹고 싶어서 심었습니다,

농약을 하지 않아서 새가 쪼아먹고 벌레가 파먹었지만, 다행히도 몇 되박은 나올 것 같으니,

다음 주에는 아무리 바빠도, 준비해 둔 찹쌀과 수수들고서 방앗간에 가 볼려구요,ㅎㅎㅎㅎ.

옛 책에 이런 글이 있지요,



樹欲靜而風不止, 树欲静而風不止, (수욕정이 풍부지, 자욕양이 친불대)
나무는 고요하려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려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저도 못한 효도를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다만, 저 처럼 늙다리가 되어서 후회하지 마시고,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잘 해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