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
식물을 심기에는 조금 늦은 시기인데도, 파초 구입하시려고 멀리 청주에서 직접 오신 분이 있었다,
입금만 하시면 언제라도 보내드릴 수 있는데, 굳이 비싼 기름값 들어가면서 먼 길을 오신 이유가 뭐냐 물었더니,
블로그 글을 보면서, 한번 만나고 싶었다 고 하시기에,
"60넘은 늙다리 얼굴 만나 보나 마나지, 내가 눈이나 코가 하나씩 더 달린 특별난 사람일까 봐????"
속으로 생각하면서 앞서 걷는데.
뒤따르던 여자분 왈, “블로그에서는 60이 넘었다고 하시던데, 뒷모습은 20대네요?” 한다.
“아니,..... 같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남의 남자 뒤태 평가하러 왔나?” 싶었지만,
그리 기분 나쁜 말도 아니기에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사실은,
지금의 내 체형이나 무게는, 30대 시절에서 거의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당시에 맞춰놓았다가 유행이 지나 못 입은 바지를, 현재 작업복으로 입는데,
거의 딱 들어맞는 것을 보면, 굳이 무게 달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는 것이다,
먹는 것은 대충이지만, 입는 것에는 매우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당시 대부분의 옷들은, 양복점에서 비싸게 다섯 벌 정도를 한꺼번에 맞추었기 때문에,
유행이 지나도 버리기 아까운 옷들이 많이 남아서, 종래에는 이렇듯 작업복으로 이용하는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지난번 전라남도에 가서 자생란 산채 후 농장에 돌아왔어도, 겨울철이라 별로 할 일이 없기에.
지난 며칠 동안 이리저리 마우스 굴리다가 보니,
괜찮은 가격에, 사막화(?)라는 황토색 목 짧은 군화 비슷한 물건이 올라와 있었다, 물론,
60이 넘은 나와는 별로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신발이기에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을,......
판매에 올려진 군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지난 9월 달에 농장에 파초 구입하러 오셔서,
뒷모습이 20대 같다 고 하신 여자분 말씀이 갑자기 생각나더라는 것이다,ㅎㅎㅎㅎ.
앞모습은 어차피 늙다리지만 뒷모습이 20대 같다면,......? 이런 종류의 워커에는 스키니진이 딱인데,.....
늘그막에 마지막으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입는 스키니진을 한번 입어볼까? 하는
약간 망령 끼가 발동하더라는 말이지, 하여,
떡 본 김에 제사라 했듯이, 그날로 검은색 스키니진 한 벌과 진한 황토색 워커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물론, 스키니진이라 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종아리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종류는
늙은 놈이 입고 다니기에는 민망할 것 같아서, 요즘 말로 슬림 일자 정도로 통이 좁은 청바지를 구입한 것이다.
사실 나는 젊었을 적부터 패션에 상당히 민감했던 사람이라,
자랑은 아니지만, 같은 또래 동년배들보다 유행 따라 옷 입는 감은 앞서간다고 자부하기에,
검은 스키니진에 발목 위로 살짝 올라온 황토색 워커 신고, 흰색 와이셔츠에 겉옷으로는 회색 반코트 걸치면,
그런대로 늙다리에게는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문제는,
거울 앞에서 이 옷 저 옷, 이 색깔 저 색깔, 아무리 번갈아가면서 입어 봐도,
도무지 내가 생각하는 멋스러운 연출이 되지 않더라 는 것이다, 해서,
뭐가 문제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통이 좁은 요놈의 스키니진이 문제라 는 결론에 도달하고서,
같은 검은색이지만 통이 약간 넓은 일자 청바지로 바꿔 입어보니,
그때야 비로소 그런대로 봐줄 만한 패션이 완성되더라 는 것이다,
결국, 구입한 스키니진이나 황토색 워커는 쓸모가 없어졌지만,
이 사건으로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 는 것인데.
같은 스키니진이라도, 젊은 사람이 입으면 귀염성 있게 보이는 반면에, 늙다리가 입는 스키니진은,
젊은 사람보다도 더 슬림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초라하고 없어 보이더라 는 것이다,
우리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비록 못생긴 젊은 사람이,
목이 늘어진 티셔츠에 찢어지고 색이 바랜 청바지를 입을지라도 귀염성이 있는 반면에,
나이 든 늙은이는 같은 스타일의 옷 한 벌 입는데도,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면서 주위의 눈을 의식할 수 밖에 없으니,
흐르는 세월을 원망할 수밖에 누구 탓을 할까?
사실, 스키니진은 요즘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요즘처럼 남자 여자 가릴것 없이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은 아니지만,
슬림 일자 정도 되는 스키니 한 패션은, 우리 세대 10~20대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행이었고,
나 또 한 그 시절에는 스키니 한 패션을 즐기던 사람이었지만,
아무리 나이가 들어 흙냄새가 나는 사람일지라도, 머리속의 생각은 젊은 20대 그대로인데,
이제 다시는 스키니진을 입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는 사실에, 새해 벽두부터 우울해지려고 한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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