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란 산채(햇볕속에 방치된 자생란 옮겨주기)

 

 

 

저는 년 4회 정도, 10일 전후의 일정을 잡아서 자생란 산채를 하는데요,

 

3월 초 정도에는 꽃 변이종을, 7월 초나 9월 추석 전후에는 잎 변이종을 찾습니다, 그런데,

 

꽃 변이종도 잎 변이종도 찾기 어려운 요즘에는,

 

다른 시기에는 가지 않은 산봉오리에서 잎 변이종을 찾으려고 가는 시기입니다,

 

일반적인 자생란 변이종은, 대부분 산 중턱 70% 정도 이하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요즘은 시기적으로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쌓여있기에, 12월의 난 산채는 산 정상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연약한 한 두 촉에 잎 길이까지 짧은 변이종이라, 거의 낙엽 속에 파묻혀 버리기에

 

변이종 산채시기로는 조금 부적절한 시기이지만,  굳이 산 정상에 가까운 곳까지 찾아가는 이유라면,

 

아직은 혹독한 겨울철이 다가오기 전이어서,

 

봄철에 새로 올라온 변이종이 아직은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인데,....

 

이제 7일째 되는 날까지 빈손이라, 올 가을 변이종 산채는 애당초 틀린 것 같습니다 만,

 

위의 사진도 이런 연유로, 아래 남쪽 바다가를 바라보면서 산 정상에서 찍은 것입니다.

 

멀리 조그만한 호수처럼 보이는 곳이 바다이며,

 

사진 아래쪽 정상이 나무가 없고 비어있는 이유는, 오래전 이 동네를 휩쓴 소나무 재선충 때문입니다,

 

수 십 년 동안 역대 정부에서 필사적으로 막은 결과, 현재 남부 바닷가 근처의 재선충 피해는 거의 사라졌지만,

 

오르기 힘든 경사지나 산 꼭대기 부근에는, 이렇듯 아직도 그때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다행히도 사진 속의 산은, 측백나무나 플라타너스나무 등 정부 지원하에 새롭게 식재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아직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불과 50~100cm 정도라 사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는 살아남은 몇 그루의 소나무들이나 자잘한 잡목이 그늘을 만들어 주어, 어렵더라도 살고 있었던 자생란들이,

 

새로운 작목을 식재하기 위해서 기존의 나무들을 모두 잘라낸 바람에, 햇볕에 노출되어 타들어가고 있는데요,

 

이 상황은 비단 재선충 피해를 입은 동네에서만 생기는 일은 아닙니다, 

 

전국의 개인 소유 산들 중 많은 곳에서 소득증대의 일환으로, 새롭게 유실수종을 식재하는 곳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기존의 나무들은 마구잡이로 잘리고, 잘린 나무 아래에서 자생하던 난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자생란과 소나무등 키가 큰 나무들은 불가분의 사이이기로,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어 온도를 조절해주고,

 

가을철에는 낙엽이 떨어지며 이불처럼 덮어주어 혹독한 겨울철을 나게 하고,

 

겨울이 지나면 떨어진 낙엽들이 썩어가면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이인데,

 

어느 날 하루아침에 나무들이 잘리면서, 자생란은 그야말로 벌거숭이 꼴이 되다 보니, 

 

겨울철이지만 한낮에는 강도가 높은 햇볕 아래,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생란들이 애처롭게 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이런 상황을 만나면, 시간이 허용하는 한 자생란들을 옮겨주고 있는데요,

 

제가 오늘 올리는 글의 취지도 이와 같습니다, 자생란 산채하러 다니시다가 혹여 이런 상황을 만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자비심에 한 두 포기만이라도 옮겨준다면,

 

자생란에게는 그야말로 복이 될 것이고, 혹시 모르지요,

 

제비 다리 고쳐주고 박 씨를 선물 받은 흥부처럼, 새롭게 옮겨준 자생란이 변이종 종자를 많이 생산해 주어서,

 

변이종 자생란이 많이 나타날지 누가 압니까? ㅎㅎㅎㅎ,

 

자생란이 좋아서 시간만 나면 난초 만나러 산을 오르는 우리들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들, 그리고 길 가의 풀 한 포기와도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인정 많은 사람이기에,

 

자생란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자생란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봄은 어떨까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