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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장수풍뎅이님이 왕림하셨군요,

by 扁宜雪裏不爭春 2020. 7. 18.

아침에 농장에 들어서니 오랜만에 보는 손님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흔하게 보았던 곤충인데, 장수풍뎅이(?)라 하던가요?

 

오래된 굵은 상수리나무 상처에서 나오는 수액을 먹고 살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곳에는 장수풍뎅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왕벌을 비롯해서 사슴벌레와 그 외 자잘한 이름 모를 벌레들이 가득 모여서,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기에서는 단연 두툼한 갑옷을 두른 사슴벌레가 왕이었지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한 손으로는 왕벌을 쫓아내는 한 편으로,

 

다른 한 손으로는 먹이에 열중하고 있는 사슴벌레나 풍뎅이를 호주머니에 잡아넣고 내려와서,

 

서로 싸움을 붙이던 기억이 새로운데,

 

흐르는 세월과 함께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하나 둘 사라지더니,

 

급기야 수 십 년 동안 보지 못한 추억 속의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만 보았던 수 십 년 전의 친구가, 갑자기 농장을 방문할 줄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요,

 

먹다 버린 수박껍질에 처음 두 마리가 보이더니, 잠시 후에는 한 마리가 더 추가해서

 

저녁 해질 무렵이 되었는데도 자기 집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고서,

 

썩어가는 수박껍질을 갉아먹고 있네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