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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한담

가는 세월을 돌이킬 수 없으니,...(눈의 노화신호를 느끼면서,)

by 扁宜雪裏不爭春 2016. 1. 19.

내 나이 20대 후반이었나?

돌아가신 지 몇 년 되지 않은 할머니 묘소에 들린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추석 한 달 전,  뜨거운 여름이 막 지나서 인 것 같은데,

지금도, 추석이나 설날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경부, 호남 고속도로 위의 차들을 보면서 비웃는 사람이지만,

그 당시부터도, 꼭히 무슨 날이어야 만,

조상님의 산소나 부모님 찾아뵙는 것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인지라,

시간이 허락하면 아무때나 산소나 어머니를 찾았고 그 버릇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따라서,

남들이 다 가는 추석이나 설날이라도, 바빠서 시간이 없으면 가지 않습니다 만,

그때도 그렇듯 약간의 시간이 허용되기에,  추석이 가까워 오는 싯점이라도 산소에 갔던 것이지요,

산소가 모셔진 산은,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산이었기에,

산에 딸린 논밭을 일구며 산과 산소들을 돌보는 분도 살고 계셨는데,

당시에 그 분들 연세가 상당히 많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비록 20대 일 망정, 산주의 한 사람이 온 것을 보시면서 그냥 보내기가 미안했던지,

마침 점심때도 된 지라, 같이 밥을 먹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내어오신 밥을 한 숫가락 뜨면, 머리카락이 나오고,

또 한 숫가락 뜨면, 심지어 죽은 파리까지 나오는지라,

내 후년에 60인 이 나이에도 결벽증까지 있는 사람인 데,

한참 나이 20대에는 얼마나 심했을 것인 지? 짐작만 해도 아시겠지만, 그렇지만,

늙은 노부부가 정성들여 차린 점심을, 먹지 못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혹여 두 분들이 미안해 하실까 봐서, 그 분들이 보지 않은 틈을 타서,

머리카락 골라내고 파리 골라내면서, 어거지로 그 밥과 국을 다 먹었지만,

그 분들과 작별인사 끝나고 돌아서서 두 분들이 보이지 않을 즈음,

나오는 토악질을 어찌하지 못하여,  먹었던 음식물을 다 토해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작년부터 약간의 이상한 조심을 보이던 눈이,

올해 들어서 부터는, 아예 대놓고  노화현상이 오는 모양입니다,

광대한 우주를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별들이라도,

가는 시간을 어찌하지 못하고 노화되여 마침내는 사라지는 것인데,

한낱, 살과 피로 이루어진 연약한 육체가 세월의 흐름을 어찌 견디겠는지?

이제는 갈 때가 가까워 온다, 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젊었을 적에는 깨알같은 글씨도 한 눈에 보이더니만,

이제는 악보에 걸린 음표가 어느 줄에 걸렸는 지도 헛갈릴 정도여서, 안경을 써야만 제대로 보이는데,

젊은 시절부터 안경을 쓴 사람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이제껏 착용해 보지 않은 안경 썼다 벗었다 하면서, 악보나 글씨를 들여다 보는것도 그렇고,

갑자기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면 안경 표면에 김이 서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에는 상대방의 어려움을 모르듯이,

요즘 들어서, 윗 글의 산지기 노인네 부부가 갑자기 생각남은,

내 자신도 이미,  눈이 어두워 손님인 저에게 머리카락과 파리가 든 음식을 내었던,

그때 그 분들과 동병상련의 상황이 되었기 때문인 모양입니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