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난향만리

봄이오는 소리 7(자생란 산지를 둘러보다)

by 扁宜雪裏不爭春 2018. 2. 11.



지난 1월 말 경으로 계획했던 자생란 채취겸 남도 바닷가 여행은, 강추위가 오는 바람에 미루다가,

날씨가 약간씩 풀리는  지난 주 금요일에야 겨우 내려가 볼 수 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한다면, 헛탕만 치고 돌아왔습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자생란의 화예품(꽃변이종) 찾는 일이었는데요,  난초의 화예품이란,

일반적인 난초꽃의 푸른색 주, 부판에, 흰색 바탕에 붉은점이 찍힌 설판을 가진 품종이 아닌,

주, 부판이 노랑색이나 붉은색등 녹색이 아니거나, 설판이 일반꽃과 다른 색이나 변형된  품종들의 명칭인데,

난초꽃이 야생에서 꽃을 피우는 시기가 정해진 것이 아니고, 그 해의 겨울 날씨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정확한 날짜를 예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1월 중순 경에 몰아친 추위가, 이번 겨울의 마지막 추위로 오산한 나머지,

난초꽃이 개화되는 시기를 2월 말 경으로 계산하면서, 한반도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 중 벌교에서

회천 강진을 거쳐 해남까지, 1차로 1월 말 경에 내려가서 탐사를 계획했던 것인데,

지난 달 후반경부터 또다시 추워진 날씨 덕분에,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아직도 꽃들이 올라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가 춘란(보춘화)를 보면서 항상 감탄하는 부분은,

이처럼 가녀린 잎으로, 모진 겨울의 추위를 견디어 낸다는 점인데요, 하기는,....

춘란과 생김새가 비슷한 맥문동은, 이 보다 더 한 추위에도 푸른잎을 자랑합니다 만,ㅎㅎㅎ,


사진의 왼쪽 동그라미 부분이 작년의 난초꽃이고 오른쪽이 올해 필 꽃인데,

아이들 손가락 길이 정도는 되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눈치를 챌 수가 있지만,

사진으로 보이듯이, 아직은 꽃의 색을 구분하기에는 너무 어립니다,

예년의 이맘때와는 달리 꽃이 피는 시기가 상당히 늦을 것 같던데요, 그러나,

앞으로의 날씨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가속도가 붙을수도 아닐수도 있기에,

자생란 산지에 사는 분들이야 날마다 볼 것이기에 상관없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꽃이 만개하기 대략 20일 전에 살펴보아야 하는 사람으로써는, 난감합니다, 


올해는 남도의 가뭄도 심각한 것 같던데요,

제가 서식하고 있는 대전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는 심각한 가뭄으로,

주암댐의 바닥이 드러나 보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농촌으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깊은 산골에서는 이렇듯 일손이 부족해서 미쳐 수확못한 감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실물을 보니 단감 같이 보이던데, 드넓은 밭에 감 수확을 전혀하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이지만 언잖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같은 경우,

대봉시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애써서 수확까지 해 놓고도 굴착기로 뭉게버리는 기사도 있었지요,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오는 봄을 알리는 전령은 매화입니다,

사진으로 보이듯이, 앞으로 2월 말 경이나 3월 초에는 필 것으로 보이던데요,

예년 같으면 매화꽃과 비슷한 시기에 난초꽃도 피는데, 올해 상황은 어떨지?



난초 변이종 채취하러 가면 흔하게 보이는 애처러운 모습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악독한 짐승들이지, 이 사진으로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요,

자생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런 무식한 짓꺼리 하는 놈들 찾아서,

손목아지를 작두로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도대체 가져가지도 않을 난초는, 왜 이렇듯 뽑아만 놓고 가는지요?

다른 식물과 구별되는 난초의 특징은, 뿌리가 멜라멘층으로 덮혀있어서

이처럼 뿌리가 노출되어도, 맬라멘층 속에 들어있는 수분이 모두 말라지는 동안은 살 수 있다, 는 점인데요,

제가 보기에는 이것이 더한 고통을 준다는 것입니다, 

용케도 뿌리 속의 수분이 말라지기 전에 새 뿌리가 생성되면, 위 아래의 모습처럼

한 두 줄기의 싹을 틔우면서 생존해 가기는 하는데요, 대부분의 난초들은 생으로 말라죽지요,

 


더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행위가 자생춘란을 멸종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생란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인 남쪽지방에는, 이미 수 십년 전부터

소나무재선충이 맹위를 떨치는 바람에, 많은 산들에서 소나무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

소나무와 불가분한 관계의 자생춘란 또 한 같이 사라지고 있는데,

여기에 인간들까지 이런 짓꺼리들을 한다면, 자생춘란도 우리세대에서 멸종되지 않을런지?

심히 걱정됩니다, 

자생란의 산지를 파괴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번에 내려간 곳은, 오래 전 대략 2~30년 전에 들어갔다가 재미를 본 곳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없었던 산길이 뚫리면서 양심없는 인간들이 쓰레기를 버린 모습인데,

작정하고 차로 운반해서 버리다 보니, 량도 엄청납니다,



이 글의 요지인 자생란 화예품에 대해서, 초보자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을 올려본다면,

자생난초의 화예품(花藝品)도, 잎 변이종인 엽예품(葉藝品)처럼 만나기 어렵습니다,

채취할 수 있는 기간도 짧은데다가, 갑작스럽게 따뜻해진 날씨에 꽃이 오르면, 모두 색화로 보이기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착각하고서, 이 산 저 산의 난초들을 모두 캐다가 1년 동안 열심히 키워보지만,

다음 해에는 모두 민춘란 꽃이 피어버리는 참사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특히나, 위쪽 사진에서 처럼 꽃봉우리가 바닥에 붙어있을 때는 절대로 색화구별을 못합니다,

꽃을 피우기 3~4일 전에야 비로소 색소가 들어오는데, 이렇듯 바닥에 붙어있는 꽃을 따서

아무리 헤쳐봐도 색화구별은 어렵습니다,

꽃이 만개하기 전, 꽃대가 5cm 정도 이상 올라왔을 때가 그런대로 구별이 가는 시기이며, 그나마,

흙이나 낙엽으로 덮여있어서 햇볕을 전혀 못 본 꽃이라면, 아무리 색깔이 화려해도 의심을 해야 합니다,

또 한, 소심(素心 녹색과 백색외에 다른 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꽃) 이라도 있을까? 하여,

올라오지도 않은 봉우리 마구잡이로 헤쳐보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지만, 봉우리를 감싸안은 포의에

약간이라도 다른 색이 들어있다면 소심이 아니며, 그나마 어릴때는 색이 들어있더라도 보이지 않으니,

채 피지도 않은 어린 꽃을 따내버리는 어리석은 행위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난초의 씨앗은 꼬투리에 최소 몇 만 개에서 몇 백만 개에 이르는 많은 양이 들어있으나,

바람에 날려, 적당한 수분과 광선 영양분이 있는 곳에 떨어져 발아하게 되는 확률은,

1~2개 정도로 대단히 적습니다,
씨앗 자체가 배유 (영양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수 년 동안 땅 속에서 살면서, 난균과의 공생에 의해서 생강근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싹이 트고 생장하다가 겨우 뿌리를 내리고 잎을 형성하는,

그야말로 수 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겨우 싹을 올리는, 번식이 어려운 춘란들을

마구잡이로 뽑아내 버리거나 꽃을 따내버린다면,

그야말로 난초를 사랑한다, 는 사람들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