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제껏 10년 남짓 잘 사용하고 있던 색소폰을 지탱하는 목줄 고리가 끊어지기에,
아무리 촌 동네라지만, 학교 앞 악기사에서 이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 하면서 논산 시내로 나갔는데,
두 군데 악기사를 돌았지만 구하지 못하고서, 시장이나 구경할까? 싶어서 들어갔더니,
아무도 찾지 않은 시장 귀퉁이 바닥에, 위 사진에서 보이는 두 종류의 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사진을 찍은 장소가 우리 농장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종류 모두 가을철 가장 흔해 빠진 나물인데, 더구나,
대도시도 아닌 촌에서 이런 나물 누가 사 먹는다고, 한 주먹 정도의 나물을 뜯어서 팔고 있는지?
겉모습을 보면서 짐작하기로는, 노령연금도 나오는 70은 넘은 할머니 같은데,
날씨가 춥다보니 비닐로 머리까지 감싸고 앉아있는 할머니가 딱해 보여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고작 2000원이란다,
나물만 있는게 아니고, 아직도 푸른기가 가시지 않은 모과도 다섯 덩어리가 있었지만,
그나마 남은 치아 보존하려면 될 수 있는데로 단 것과는 멀리해야 할 상황이라, 나물만 달라했다,
구입해 봐야, 씻고 다듬어서 나물 만들어 줄 사람은 멀리 있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내가 직접 해먹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농장에서 지천으로 자라는 것도 본체만체하는 상황이라,
결국에는 버릴 것 까지 생각하면서도 구입했던 것은,
나물팔고 있는 할머니 모습에서, 그 옛날 젊었을 적 어머니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어머니는, 나물뜯어서 난전에 자리펴고 장사할 정도의 배짱은 없는 양반이다,
언젠가의 글에서도 언급했는데,
80 중반을 넘어가는 분이라, 자신의 몸 일 망정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을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기에,
그렇듯 가고 싶은 자식들 집에도, 혹여 자신도 모르게 실수할세라,
다른 모르는 사람이 본다 면 이해가 안되겠지만, 한 번만 와달라고 해도 냉정하게 거절하는 분인데,
가장 가까운 자식들 눈까지 의식하고 사는 양반이, 아무리 어려워도 시장 난전에다 자리 펼 생각이나 했겠는가?
가난한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손 바닥만한 논농사가 전부여서,
농사일 끝나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는 몰라도 전국 8도를 돌아다니시면서,
고추 따기라든가, 파 수확, 미역 가공 작업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셨다,
아래로는 제주도에서 위로는 경기도까지, 그렇듯 몸부림을 치면서 전국을 누비다시피 했지만,
가난은, 정월 대보름날 날리던 연 꼬리처럼 일생 따라다니는 삶을 사신 어머니,
자식들 모두 먹고 살만 해진 지금도, 그 옛날 어려웠던 이야기 하시면서 눈물을 보이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그 때 그 시절 이야기 끝에 항상 같은 말씀은,
자식들 많이 기르치지 못한 후회와 많이 먹이지 못한 잘못을, 절간의 스님 염불 외듯이 반복하신다, 그러고,
얼마 안되는 노령연금을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가,
예전에 자신이 직접 농사지어서 자식들에게 쌀 보내주었듯이, 지금도 가을철 햅쌀이 나오면,
이제껏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털어, 자식들에게 쌀을 구입해서 보내주시는데,....
그 시절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비슷비슷한 어려운 상황에서 살았기에,
내 자신이나 형제들 모두, 비록 많이 먹지 못하고, 많이 배우지 못했을지라도, 이제껏,
어머니의 사랑만큼은 차고 넘치도록 받았고, 60이 한참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받고 있으니, 이 또 한 복이라면 복일까?
시장 난전의 할머니에게서 구입한 2000원어치 씀바귀나물이 지금도 조리대 옆에 그대로 있으니,
내일은 농장에 지천으로 자라는 씀바귀도 뜯어다 같이 무쳐서,
쌉쌀한 맛에 고추장 듬뿍 넣고 밥이라도 비벼먹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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