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멍청한 짓거리를 했구나,..... 싶어서 결과를 공개하니, 혹여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십시오,
이 실험 처음의 게획은, 바나나류의 측아 증산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요,
특히나, 측아생산이 비교적 늦게 이루어지고 설혹 이루어졌다 해도 분리하기가 다른 파초과들에 비해서 어려운,
황금연꽃바나나를 주 타깃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제자신이 직접 조직배양실을 운영한다면 이런 엉뚱 발랄한 결과는 애당초 없었겠지만,
관련 지식에 대해서 전혀모르기 때문에, 차선으로 제 전공인 화학적 방법을 이용해서 번식을 시도해 보았는데요,
결과부터 말한다면, 죽을 쑤고 말았습니다,
오래전 양란을 대량으로 기를 때 이용한 화학물질은 "벤질아데닌(benzyladenine)"이라는 식물 생장조정제였는데,
당시에는 수입이 다변화되지 못해서, 고순도는 1g 당 38000원이 넘는 고가의 약품이었다가,
그 뒤 차츰 가격이 하락하여, 처음 가격에 비해서 5분의 1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기도 했지만,
2004년 폭설로 온실이 무너지는 바람에, 양란재배를 포기하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실험을 하기 전에, 머리와 손에 익숙한 이 약품을 다시 구입하려고 했지만,
오래전 거래했던 화학약품 수입상과 연락이 끊긴 뒤라, 수소문했지만 찾을 길이 없어서,
대신 농약사에서 흔하게 판매하는 지베레린을 사용했는데,
역시나 처음 접한 생장조정제인지라, 실패만 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농약사에서 구입한 지베레린을 30배액으로 만들어서 10일 간격으로 두 번 살포한 이유는,
같이 동봉된 안내문서에 쓰여 있는 내용을 참고한 것인데요, 하지만,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참혹한 결과만 낳았는데,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인 식물은 벨베르기아뉴탄스입니다,
위 사진 속의 벨베르기아 번식률은 원래부터 높지만,
한개씩 분리해서 심어놓은 어미개체에서, 최소 3개에서 많으면 6개까지 새로운 개체가 증식되면서,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이미 새로이 올라 온 개체에서는 꽃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지요,
다음에는 아래 사진에 나오는 바나나류인데요.
위 사진의 오른쪽은 생장조절제 살포를 하지 않은 케번디쉬바나나, 왼쪽은 살포한 핑크벨벳바나나인데,
사진으로 보이듯이 투여한 핑크벨벳바나나는 가늘고, 케번디쉬 보다 키만 두 배 정도 큰데 비해서,
투여하지 않은 케번디쉬는 아래쪽이 통통한 정상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한다면,
별로 긍정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는 것입니다,
다음은 전체적으로 자색을 띤 엔세테인데요, 같은 파초과이기는 해도 바나나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식물입니다,
이 개체도 키만 냅다 커지는 현상을 보이는데, 물론, 원래부터 키가 상당히 큰 개체이기는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커버리는 바람에, 작년에는 비닐하우스 안쪽에 머무르던 놈이,
올해는 위쪽 비닐을 뚫을 기세라 할 수 없이 잎사귀를 인위적으로 꺾다가 이것도 부족해서,
위쪽 비닐을 아예 제거해 버린 상황입니다,
다음은 이번 실험에서 주 타깃으로 삼았던 아래 사진 속의 황금연꽃바나나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무반응으로,
정작 가장 반응이 좋아야 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했던 대상은 전혀 미동도 없습니다, ㅎㅎㅎㅎ,
가장 피해가 막심한 것은 위 사진속의 풍란과 석곡 목부작인데요,
석곡은 잎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떨어져 버리고, 뿌리까지 부실해지면서 점점 아래로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소엽풍란은 이맘때쯤에는 꽃대를 올려야 하는데 전혀 생각이 없는 모양으로,
뿌리 생장점도 닫히고 말라 들어가고 있습니다,
봄철에는 어김없이 올리던 새싹도 올라올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고요,
대엽풍란 역시 새 잎이 나오기는 했지만, 먼저 올린 싹보다 3분의 1로 크기가 쪼그라들어서 올라오다가,
이제는 전혀 미동도 없습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한번 나무나 바위에 뿌리가 착상된 풍란과 석곡은 쉽게 죽는 식물이 아니지만,
상황이 이 정도까지 악화되었다면, 억지로 자라고 있는 풍란들을 제거하고 다시 착상시켜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베레린을 비릇한 생장조절제(식물 홀몬제)를 사용하시려면, 상당히 많은 경험이 필요하니,
조심하시라는 뜻에서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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