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향만리

상전벽해가 된 자생란 군락지를 보면서,(세월에 속아 사는 것이 인생이니.....,,)

扁宜雪裏不爭春 2017. 11. 9. 09:00

 

 

 

 

 

 

 

자생란초에 몸과 마음이 온통 빠져 있었던 수 십년 전 어느날 밤,

지금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 기억도 나지 않지만, 몇년간 보기 어렵던 길몽을 꿉니다,

사실 저는, 1년 365일 꿈을 꾸는 날이 너무나 한정되어 있는 사람이기에,

모두 모아봐야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꿈을 잘 꾸지 않는데, 그런데,....,

어쪄다가 한번씩 꿈을 꾸는 날이면 너무나 생생한 것은 둘째치고라도, 그 날은 좋은 일이든 나쁜일이든,

거의 반드시라 할 만큼, 다른 날과는 달리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날도 너무나 생생한 꿈을 꾸고서 일어난 시각이 새벽 4시 정도였는데,

마음속에 짚히는 것이 있기에, 주섬주섬 옷가지를 베낭에 챙기고서 길을 나섰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이 아직도 맹위를 떨치는 2월 초 경의 날씨는 매서웠지만,

뭔가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은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깜깜한 새벽에 출발한 차는, 아침나절이 되서야,

전남 순천을 거치고 벌교를 거쳐서 보성군 조성면에 속한 산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그 산에서,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단엽(短葉) 3촉짜리 4개와,

사피(蛇皮), 복륜(覆輪) 산반(散斑)등 다수를 수확하는 횡재를 보게 되었는데,

그 뒤 4년 동안 가끔씩 찾은 이 곳에서는, 들어가면 결코 빈손으로 나오는 허망함이 없었던,

그야말로, 저 혼자만의 난밭이 되어주었습니다,

 

며칠 전 올린 글 중에 "토란대 유감" 이라는 글이 있는데요,

전남의 어느 식재료 도매하시는 분에게 넘기기로 했습니다,

조건은, 가져다 주기로 하고서 1kg 당 15000원 정도에 전부 합쳐서 57kg,

색깔에 따라서 가격에 차등을 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블로그에 올린 가격, 700g에 1만원과 비슷한 가격이기에 두말없이 보내기로 했는데요,

가는 길에, 그 옛날 갈 때마다 수확을 안겨주었던 나만의 난밭을 근 30년 만에 들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현실이 될 줄은 현지에 도착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는데,

뽕나무밭이 바다가 될 정도의 이변은 아니었지만,

그 많던 소나무들은, 솔잎혹파리와 재선충으로 모두 말라져 소멸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으로,

산 아랫쪽에서 시작된 재선충의 피해는, 사진으로 보이듯이 이미 산 꼭대기까지 먹어치우는 중입니다,

 

 

                        산 중턱을 넘어선 재선충 피해는, 이미 산마루를 넘보고있다,

 

 

 

밀식하고 있던 소나무들의 집단 소멸로 인하여, 이미 산지규제법령까지 해제되어 버린 산은,

기회를 틈 탄 인간들의 탐욕이 기승을 부리는 중으로, 짐작이지만,

위쪽 사진 왼쪽의 산은, 국가에서 측백나무를 식재한 모양이고  아래쪽의 사진으로 보이듯이,

개인 산 주는, 이렇듯 높은 산에 유실수 심겠다고 산을 헐어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멀리 보이는 산들과 동네를 비교해 보면, 이 지형이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이런 황량한 모습이,

그 옛날 굵은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그 밑으로는 자생란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살아가던,

그런 아름다웠던 숲이 맞나? 하면서 한참을 두리번거릴 정도였습니다,

 

 

재선충의 피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된 모양으로, 개발하지 않은 주위의 다른 산들도,

아래쪽의 산은 이미 칡덩굴등으로 덮혀있어 황무지로 변한 상태이고, 중반부에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솜대가 점령하고 있는데, 오죽이나 맹종죽분재와 죽순을 생산할 수 있고,

추위에 강한 시누대도 집단으로 분재를 만들어 놓으면 멋이 있는데 반해서,

솜대는 옛날 비닐하우스에나 쓰였을 뿐, 이제는 무용지물 애물덩어리 대나무가 되었지요,

 

 

 산 중턱까지 차고 올라온 솜대 군락과, 이미 칡덩쿨이 점령한 산 아래쪽 모습,

윗쪽 사진의 군데군데 살아남은 몇 그루 없는 소나무들도 대나무들에 밀려서 고사하기 직전,

 

 

 

 

 

처음 이 산을 방문하여 다수의 변이 난초들을 수확하면서, 산의 지형을 둘러본 결과,

비록 산이 높기는 하더라도, 지하수위도 따라서 높은 모양으로,

산마루 바로 아래부분에서 샘물이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소나무들이 거의 고사되어 버린 지금도,

아래 사진으로 보이듯이 미약하나마 물이 나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듯 높은 고지에서, 이런 가뭄에도 물이 나오다 보니, 다른 산들의 꼭대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자생란이,

이 산에서는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햇볕을 가려주던 소나무들이 사라진 현재,

겨우 살아남은 자생란 몇 포기만, 마지막 남은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난초의 생육조건은, 약산성의 땅과 함께 낙엽으로 뒤 덮힌 지면으로,

오전의 약한 햇볕을 좋아할 뿐, 오후의 강한 햇볕은 싫어하고 통풍의 원활함은 필수이며,

땅속에, 자신을 고정하기 위한 반 정도의 뿌리를 내리고, 나머지 반 정도는 지면의 낙엽에서 양분을 얻는데,

소나무가 밀생하는 지면이 약산성을 띠기에,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여 통풍이 원활하고, 그리고,

햇볕을 적당히 가려주기에, 소나무와 자생란은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동반자로,

소나무가 사라지면 자생란도 자연스럽게 소멸되지요,

아래쪽 사진에서, 지면에 떨어진 낙엽 종류가 소나무가 아닌 다른 활엽수의 낙엽이기에, 그리고,

지면을 덮고있는 덩쿨식물이 번성하면서, 통풍을 막아서 난초의 생육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런 장소에서의 자생난초는, 머지않은 시기에 반드시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토란수확을 반도 못한 상태에서 먼 길을 달려간 나만의 난초 밭은,

이렇듯 상전벽해가 된 모습만 확인하고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제는, 소나무들이 다시 밀생하고 그 밑에 자생란들이 옹기종기 자라는 아름다운 모습은,

내 살아있는 동안에는 다시 볼 수 가 없을 것 같아서,

가슴속에서 한없이 밀려오는 아쉬움을 참을 수가 없지만,.........,

하지만,.... 인생은 세월에 속아서 산다, 하던가요,

어차피 세월에 속아 사는 허무한 인생, 비록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이나마,

죽을때까지, 즐거웠던 지난 추억과 함께 아름다운 희망으로 간직하면서 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