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2021년)
나에게 있어 봄이 오는 소리가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은 휴대폰이다,
12월 추위가 닥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요하였던 휴대폰이,
해를 넘긴 1월 중순 경부터 울리는 횟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모종 만드는 농장에서 포트용 토란 구입하겠다는 전화가 많이 오기 때문인데,
휴대폰의 울림이 늘어날수록 통장의 잔고도 정비례로 늘어나는지라,
물리적으로는 아직도 차가운 겨울의 한 복판이지만, 햇볕이 비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풍성해지는 그런 시기라 할까?
비록 판매해 봐야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이지만, 손가락 빨고 있던 12월 달에 비하면,......., ㅎㅎㅎㅎ,
봄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휴대폰만이 아니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에 무가온 상태에서도 살아남은 식물들이
꽃을 피우거나 점점 생기를 더해 가는 데서도 봄이 온다 는 것을 느낀다,
위쪽 동백과 아래 사진 속의 알로에, 백년초(?)나 이름도 알 수 없는 식물들은 어머니가 주신 것들이다,
이미 화분에 물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쇄 한 당신은, 비록 서 푼도 되지 않은 하찮은 식물들이지만,
자신이 10년 이상 키운 식물 하나하나에도 정이 들어서,
물 주는 것 잊지 말라고 몇 번인가 신신당부를 하셨다, 하지만,
대답은 떡 먹듯이 했어도 천성이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나 자신을 너무나 잘 아는지라,
물 주는 일 잊어먹고 죽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2중 비닐하우스 안쪽에다 대충 심어 두고 말았는데,
지난번의 영하 20℃ 강추위에서도 살아남더니, 날이 풀어지자마자 생기가 난다,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지는, 날마다 자연과 직접 부대끼며 살아가는 농사꾼이 가장 잘 안다,
아무리 2중 비닐하우스 안쪽이었을 망정, 지하수 품어 올리는 양수기가 얼어 터지는 추위 속에서도,
저렇듯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찌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아래 사진으로 보듯이, 강추위가 지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메마른 땅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수선화를 보라, 신기하고도 기특하지 않은가?
봄은 새 생명들이 잉태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위 사진 속의 몽키바나나는 재작년 농장에 들어온 놈인데,
작년에 아래의 멋들어진 바나나 열매까지 선물하고서 이제 바야흐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토록 넓은 잎과 우람했던 기둥은 어디로 가고, 찢기고 갈라진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으면서도,
생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비록,
젊었던 시절에는 굵고 튼튼한 새끼들을 잉태했지만, 지금은 약하디 약한 새끼들일지라도,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가진 힘을 다해서 종족번식을 하려는 본능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아래의 넓은 잎에서 풍기는 웅장함과 싱그러운 몽키바나나는 위의 어미가 낸 새끼인데,
이 들의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의 모습이고, 시간이 흐르면 내 모습이기도 할 것이니,
아무리 재물과 권력만 탐닉하는 인간일지라도, 이 모습을 보면서 어찌 무심할 수가 할 수 있을까?
농자 천하 지 대본이라는 말을 금쪽같이 여기고 살아가는 농사꾼님네들아!
이제 며칠만 있으면 입춘이다,
앞으로 지난번 보다 더 강한 추위가 올지라도 그것은 일순간일 뿐, 이제 땅이 얼어붙은 경우는 없을 것이니,
내일이라도 밭을 갈아 감자라도 심어 보면 어떨까?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