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의 봄 (낙화[落花]는 서러워라)
시누대는 일명 산죽이나 신우대로도 불리면서, 대나무 중에서 추위에 가장 강한 종류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데, 지난 겨울의 강추위로 전남 경남 정도만 빼고
전국의 대나무 잎들이 얼어서 말라진 와중에도, 대청호의 지대높은 곳에 자리잡은 시누대밭은
칼바람이 몰아쳤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윗부분만 빼고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데,
대나무밭 주위의 감나무들은 지난겨울 강추위에 모두 얼어죽었습니다,
옛날 화살대로 이용했다는 시누대의 특징은,
가늘지만 휘어지지 않은 강한 줄기와, 다른 종류의 대나무에 비해 넓은 잎을 가지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집단으로 분재를 만들면 아주 보기 좋습니다,
시누대 분재는, 올해나 내년 정도에 시골에 정착한 다음 블로그에서 선 보일 것입니다,
수양매화 주문하신 분이, 오죽도 같이 보내달라 하시기에,
강원도는 겨울날씨가 혹독해서, 바닷가 쪽을 제외하고 오죽이 살 수 없다 하면서,
추위에 비교적 강한 시누대를 권했습니다, 문제는,
대나무 가격보다 높은 배송료였는데, 그것도 감수하겠다 하시기에,
오래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 이용하는 시누대밭을 갔는데요,
현장에 가는 길이, 대전 청주를 비릇하여 충청권의 젖줄인 대청댐 주변입니다,
대청댐이 유명한 이유중의 하나는, 청남대라는 대통령 전용별장이 있어서 인데,
시속 30km 정도로 천천히 차를 몰면서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괜찮습니다,
더 빨리 달리고 싶어도, 경사지고 구불구불한 도로때문에 달리는 속도에 제약이 있고,
옛날 처음 대청댐이 생길 때보다, 오히려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당시에는 대전시로 편입되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각종 행사들이 많이 열리기도 했고,
인터넷등이나 별다른 흥미거리가 없기에, 데이트 장소로 젊은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지금처럼 자가용 차들이 많이 없었던 시절이었어도, 토, 일요일만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이,
교통편이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좋아진 요즘에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도 시누대 캐려고 한 번 들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보이던 댐의 물이, 올해는 거의 만수위로 차 올랐습니다,
이 길은, 신탄진역 부근에서 시작되어 대청호 주변을 돌면서, 충북 옥천가는 길목인 세천지역에서 끝나는
편도 1차선 도로인데, 도로폭 좁은 것은 둘째이고 굴곡진 구간이 너무 많고,
가끔은 경사도가 꽤 심한 곳도 있어서, 대부분의 구간을 서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대책없이 날리는 꽃잎이 너무 애처럽게 보여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찍은 사진입니다,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대청호의 탁트인 모습이 시원스럽습니다,
벗꽃나무 터널도 볼 만하지요?ㅎㅎㅎ,
사진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앞 쪽의 빨간 승용차 있는 곳과,
멀리, 산소 옆에 자리잡은 두채의 농가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렇게 한적하게 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될 수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으로 귀농 장소를 택하느라,
선정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을 허비했는데요,
저렇듯 한적한 장소는, 가끔가다 들리는 별장 정도로만 필요할 뿐,
일상의 삶을 사는데는 불편하고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였습니다,
젊었던 시절에는 희망의 눈으로 보이던 꽃잎들이었는데,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 일까?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없이 흩날리는 꽃잎들이, 한없이 애처럽고 스산하게만 느껴집니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철없이 꿈속을 헤메는 사이에 어느덧 흘러버린 60년 세월,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아무리 외치면서 되돌리려 해도 불가능한 시간앞에,
떨어지는 꽃잎들에서 애처러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떨어지는 꽃잎들이 안타까운 것은,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인간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앵앵거리면서 수집한 꿀들은, 인간들에게 모두 약탈당하고, 비록,
벌통앞에 놓여진 설탕 한 종지로 연명할 지라도, 신에게 부여받은 본성을 속일 수 없는 꿀벌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도, 떨어지는 꽃잎을 보면서 아쉬어 할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