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석곡(단정학)
동양란 신비디움속 중에서 잎이 가장 넓고 웅장한 종류가 대명보세인데,
잎장의 길이도 긴데다가 잎 폭도 넓고 끝이 약간 틀어진 것이 특징이다,
보세(報歲)를 한자로 풀이하면 세월을 알려준다 는 말이고, 따라서,
음력으로 새해벽두, 지금 글을 올리고 있는 이 시기에 피는 난초라는 뜻인데,
난초 경력이 벌써 40년 가까이 되지만, 부끄럽게도 대명보세(大明報歲)가 중국 광둥성이 원산지라는 것만 알았지
왜? 이름을 대명으로 불리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른다, 물론, 원산지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되었지, 굳이
"대명"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까지는 알 필요는 없겠지만,
위 사진에 있는 대명석곡을 보면서, 대명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같은 광둥성 출신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대명보세처럼 대명석곡 또 한 굵고 웅장한 이유에서 인지를 모르겠다 는 것이다,
석곡은 덴드로비움 속의 동양란을 지칭할 때의 명칭인데, 다른 난초 속과 비교하면 종류면에서 가장 많다,
우리들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여름철 대표적인 양란인 덴파레는, 덴드로비움 팔레노프시스계를 줄인 말이고,
한 때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이 재배되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덴드로비움속 노빌계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이른 봄 2~3월 경에 피는 종류이며,
영하의 온도에서도 의연하게 견딜 수 있는 깅기아남도, 덴드로비움 속에 속한다, 즉,
덴드로비움속의 난초들은 착생종(뿌리를 땅속에 내리지 않고 나무나 바위틈에 붙어서 사는 종류)이 대부분으로,
지생종(뿌리를 땅속에 내린 종류)인 "신비디움속"과
역시나 착생종인 "팔레노프시스속"에 비해서 여름과 겨울의 극과 극을 오가는 온도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하는 종류들인데, 동양란의 석곡 또 한 덴드로비움속 답게 상당히 강한 난초이라는 것이다,
대명석곡을 볼 때마다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분명 동양란의 일종인데,
동양란들의 특징인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서양란의 그것들처럼 웅장하다는 것인데,
아마도 동양란 덴드로비움속에서는 대명석곡이 가장 굵고 큰 종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대명석곡이 우리들 곁에 온 지는 얼마되지 않는것으로 보인다,
대략 35년 전, 내가 전국을 휘젓고 다니면서 신비디움 도매장사를 할 때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 바닥에서 손떼고 한참이나 지난 뒤에 꽃집에서 보이기 시작했으니, 길어야 10년 전 정도나 됐을까?
그렇지만 우리들 곁에 온 것이 생각보다 오래 전일지도 모르겠다,
당시에는 무늬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 무지종들만 들어왔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근래들어,
비록 소멸성(후암성 "後暗性" 이라고도 함, 처음 새싹은 선명한 무늬를 가지고 올라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녹색이 차들어오면서 일반 무지 잎으로 변하는 성질)이지만,
기가막히게 멋있는 연노란 중투무늬가 들어오면서 내 눈에 갑자기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이제껏 20대 중반부터 자생란초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 40년 가까이 각 종류의 난초를 곁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
수 년 전에 대명석곡 단정학을 한 눈에 보고서 반했던 사람인데, 위 사진 속의 대명석곡은,
작년 가을, 가끔 들리는 난 도매집에서 어두껌껌한 한쪽 귀퉁이에 햇볕도 못 보고 시들어 가고 있기에,
안쓰러운 마음에 경매가로 가져온 놈이다,
꽃집 주인의 입장에서도, 이미 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비들거린지라 처음 구입가로 가져올 수 있었는데,
농장으로 가져와 화분에서 꺼내보니, 뿌리가 모두 썩어버린 상태인 것을,
새로 깨끗한 이끼로 감싸고 나무껍질로 심어놓았더니, 다 죽어가던 놈이 쭈글쭈글한 잎들도 펴지고 생기가 나면서
내 정성에 화답이라도 하는듯이,
추운 겨울철인데도 불구하고 사진에서 처럼 새 싹이 오르고, 뿌리 또 한 하얗게 내렸기에 기특한 마음에 쓰는 글이다,
문제가 있다면, 현재는 풍란과 같은 장소에 두었지만 여름철의 풍란은 95% 차광을 해 주고,
햇볕을 좋아하는 석곡은 뜨거운 여름철에도 4~50% 차광만 해도 되니 이것이 문제가 될 것 같구만,...
이 페이지 글과 인연이 있어서 들어오신 분들께 권한다,
다른 난초 종류가 키우기 까다로워서 이제껏 돌아보지 않았다면,
충분한 햇볕이면 그저 족할 줄 아는, 위의 대명석곡 단정학에 정을 들여봄은 어떨까?
끝으로, 난초의 명칭에 대해서 햇갈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동양란은 다른 식물군과는 다르게 잎이나 꽃에서 변이종이 생기면 그 개체만 따로 분리해서 이름을 붙여주는데,
인간이라는 동물군을 예로 든다면, 위의 대명석곡이나 대명보세는 우리네 보통 인간들이라 보면 되고,
대명석곡에서 변이한 "단정학"이나 대명보세에서 변이한 "금화산"은,
우리들 일반 사람들 각각 개개인들의 이름이라 이해해도 되고, 더 쉽게 설명한다면
같은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의 이름이라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