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한담

쥴리의 인스타그램(천박한 무당과 술집 작부의 표본)

扁宜雪裏不爭春 2022. 4. 14. 01:02

 

 

 

옛날 어느 동네 백정이, 소 돼지를 많이 잡아 돈을 벌자 엉뚱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의 광대와 백정이라면, 천민 중에서도 가장 하층민이라.

 

일반 백성들조차도 무시를 하면서, 대놓고 하대를 하던 그런 시대였지만.

 

이 백정 놈은, 꿈이 대단히 야무졌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아들놈을 양반가 규수와 혼인을 시켜.

 

자신도 명명백백 양반의 반열에 들고자 했던 것이지요. 먼저,

 

자신이 백정 신분임을 모르는 아주 먼 동네로 이주를 합니다. 그리고,

 

몰락한 어느 양반가의 족보를 비싼 값에 구입한 다음.

 

신분 세탁하고서 본격적으로 양반가 흉내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일생 한 일이라고는 소 돼지 잡는 백정이었으니, 어려운 한문 글을 알 턱이 없었지만.

 

소 돼지 잡아서 벌어놓은 두둑한 밑천이 뒷받침되기에, 글 못 읽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거든요.

 

문제가 될 것 같으면, 시작부터 돈으로 때우면 되는 데 큰 문제가 있을 턱이 없지요.

 

내면이야 완전 무식일망정 일단 양반가에 진입해서, 자타가 공인하는 돈 많은 양반이 되었으니.

 

다음 수순은, 든든한 밑천을 바탕으로, 자신의 아들과 혼인할 반가 규수를 물색하는 일이었습니다.

 

비록 백정질해서 모은 돈일망정,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 인간세상이기에.

 

돈을 아끼지 않고 사방팔방으로 매파를 놓아 알아보다가, 드디어 마음에 든 며느리감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양반집과 사돈을 맺어보려는 이 백정 놈의 집념은.

 

전에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양반가의 규수를 며느리로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드디어 양가집이 상견례 하는 날,

 

먼 길을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인지라, 그날 밤은 며느리가 될 사돈집에서 자기로 했는데요.

 

사돈이 될 양반님네와 사랑채에서 같이 자는 중에 무심코 나온 잠꼬대가,

 

이제껏 헤아릴수 없이 많은 어려운 난관을 넘으면서도,

 

인 적 물 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양반가 며느리를, 바로 코 앞에 두고서 놓칠 줄이야,....

 

이 백정 놈,....일생 해 온 직업이 소 돼지 잡는 일이었으니, 꿈속에서 마저도 같은 짓을 했던 모양입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돼지 목 따는 행동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니.

 

옆에서 자고 있던 사돈 될 사람이 멍청이가 아닌 바이야.

 

사위될 사람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을 그냥 지나칠 리는 절대로 없었겠지요?

 

갑자기 사랑채 문을 열어젖히면서,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를 외칩니다.

 

득달같이 달려온 종놈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이제까지 사돈으로 어렵게 대하던 사람이었지만, 당장 포박해서 곤장을 치기 시작합니다.

 

양반가 며느리를 들여서, 자신도 번듯한 양반이 되고야 말겠다는 굳은 집념 하나로 모든 것을 바쳐온 백정놈이지만.

 

사정없이 내려치는 몽둥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지. 이제까지의 전말을 이실직고하기에 이르렀는데,.....

 

조선시대 때, 신분 세탁한 쌍것들의 말로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글로 옮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무자비했기에, 더 이상의 언급은 불요한데요.

 

백정이니 쌍것이니 하는, 오래전에 없어져버린 신분제에 대한 이 이야기는.

 

60년이 다 된 먼 옛날, 제가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이 전.

 

지금은 작고하신 조모님께서, 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시고 해 주신 내용입니다 만,...

 

며칠 전, 하루 일 마치고 저녁시간에 마주 한 인터넷 기사에.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소환하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왔더군요.

 

아무리 자식을 가져보지 못한 것들이라 해도.

 

자신의 일로 인해서, 자식이 당하는 피눈물 나는 결과를 지켜보는 애끓는 부모의 심정을 몰라도 유분수지.

 

자신의 야비한 영달을 위해서, 한 집안을 멸문지화 시킨 장본인의 배우자가 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는.

 

더러운 짓거리를 아무 거리낌 없이 내지르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돈으로 포장하고, 낮짝을 칼로 조작질 해도.

 

더러운 작부 출신에 무당질이나 하던 근본이 천박한 것들은.

 

절대로 본 바탕을 가릴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껴보았습니다.